새벽에 손이 저려 깨는 밤, 한 번은 겪어보셨을 거예요. 손을 털면 잠시 나았다가 다시 누우면 또 저리고요. 그런데 이 저림에는 이름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들여다봤어요.
진료실은 손목을 묻지 않아요
손목이 아프니 관절이 상한 줄 알고 파스를 붙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의사가 먼저 확인하는 건 아픈 자리가 아니라 저린 손가락이에요.
손목 안쪽에는 별로 넓지 않은 통로가 있고, 그 안으로 정중신경이라 부르는 신경이 지나가요. 이 신경이 눌리면 엄지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절반까지 저려요. 정작 새끼손가락은 멀쩡해요. 그쪽은 다른 신경이 담당하거든요. 목디스크나 혈행 문제로 오는 저림과 갈리는 지점이 여기예요.
밤에 유독 심해지는 것도 우연이 아니에요. 자는 동안 손목은 저절로 굽는데, 그 순간 통로 속 압력이 올라가요. 그래서 낮엔 잡힐 듯 잡히지 않던 게 새벽에 사람을 깨우는 거예요.
치료도 거기서 시작해요
원인이 밤의 자세라면, 처방도 밤의 자세예요. 밤에만 손목을 곧게 잡아주는 보호대를 착용하게 한 연구에서, 6주 뒤 절반가량이 증상이 뚜렷하게 나아졌다고 보고됐어요. 약도 주사도 아니고, 자는 자세를 잡아준 게 전부였고요.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구 규모가 크지 않고 착용 지침을 지킨 비율도 일정치 않아서, 근거 수준은 중간 정도로 봐요. 그래도 수술과 주사 앞에 먼저 놓이는 선택지예요.
낮에 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마우스를 잡거나 폰을 들 때 손목만 꺾지 말고 팔꿈치부터 움직이는 거예요. 손목을 곧게 둔 채 팔 전체를 쓰면 통로에 가는 부담이 줄어들거든요.
오늘 밤엔 하나만 해보세요. 양 손등을 맞대고 60초. 손끝이 저리면, 그건 손목이 보낸 문장이에요.
Editor. 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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