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을 쓰고 난 밤에 이상하게 허전할 때가 있죠. 통장은 줄었는데 손에 남은 게 뭔지 잘 안 잡히고요. 그 허전함을 20년 넘게 따라간 연구가 있어서 들여다봤습니다.
같은 돈을 쓰고 왜 한쪽만 기억에 남을까
2000년 겨울, 미국 전역에 전화가 돌았어요. 성인 1,279명에게 던진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행복해지려고 산 것 중에 경험 하나와 물건 하나를 떠올린 다음, 지금 더 행복한 쪽을 골라 보라고요. 콜로라도대 볼더의 밴 보븐과 코넬대의 길로비치가 2003년에 발표한 조사입니다.
57%가 경험을 골랐고, 물건이라고 답한 사람은 34%였어요. 연구진이 꼽은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게 기억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 주고, 사람들과 나눌 이야기가 된다는 것.
세 번째 이유는 2015년 후속 연구가 숫자로 보여줬어요. 자기가 산 열 가지 중 하나만 골라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80%가 경험을 집었습니다.
그런데 이 결론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요
2018년 학술지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에 실린 후속 연구가 스무 편 넘는 연구를 다시 살폈습니다. 경험이 앞선다는 결과는 재현됐는데요. 결과를 가른 건 취향이 아니라 형편이었어요. 여윳돈이 있는 쪽에서 차이가 뚜렷했고, 빠듯한 쪽에서는 물건의 만족도도 비슷하게 올라왔습니다. 2003년 원 논문에서도 소득이 가장 낮은 구간은 경험과 물건이 반반이었고요.
그러니까 경험이 언제나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여유가 생겼을 때 그 돈을 어디에 놓을까 하는 얘기에 가깝죠.
큰 지출 앞이라면 오늘 세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혼자 하는 일인지 누구와 같이 하는 일인지, 시작과 끝이 있어서 나중에 이야기로 꺼낼 수 있는지, 1년 뒤에도 그 장면을 얘기하고 있을지. 하나도 안 걸리면 결제는 하루 미뤄도 괜찮습니다.
Editor. 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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